전세 만기일이 지났는데 집주인이 “아직 다음 세입자가 안 구해져서요”라고 하는 순간, 많은 분들이 “그래도 어쩌겠어, 기다려야지” 합니다. 그런데 이건 집주인 편의일 뿐 법적으로 세입자가 기다려줘야 할 의무가 전혀 없습니다.
“새 세입자 들어오면 드릴게요”는 임대인이 관례적으로 쓰는 말이지, 임대차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거나 법에 규정된 조건이 아닙니다. 계약 만료일 = 보증금 반환일입니다.
법적 반환 시점: 계약 만료일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대인은 계약 종료 시 즉시 보증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습니다. 세입자는 같은 날 주택을 인도하면 됩니다. 이 두 의무는 동시이행 관계입니다.
즉, “짐 다 빼주세요 그럼 돈 드릴게요”와 “돈 주세요 그럼 짐 뺄게요”가 법적으로는 동시에 일어나야 하는 일입니다. 한쪽이 먼저 할 의무는 없습니다.
“새 세입자” 조건은 집주인 사정
다음 세입자를 구해야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는 건 집주인의 자금 사정이지 법적 지연 사유가 아닙니다. 집주인이 개인 사정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것일 뿐, 이걸 이유로 반환을 미루는 건 지급 지체에 해당합니다.
이걸 세입자가 양해해 준다는 건 법적 의무가 아닌 호의일 뿐입니다. 호의를 베풀 생각이 없다면 기다릴 이유도 없습니다.
지급 지체 시 이자 청구 가능
만기일 이후 반환 지연되면 법정이자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 소송 전: 민법상 연 5%
- 소송 후: 소송촉진법상 연 12%
보증금 3억 원이면 연 5% = 월 125만 원, 연 12% = 월 300만 원입니다. 이자 청구를 염두에 두면 집주인도 빨리 반환할 유인이 생깁니다.
1단계: 내용증명 발송
만기 전후로 집주인이 반환 의사가 명확하지 않으면, 내용증명부터 보냅니다.
내용증명에 포함할 것:
- 임대차 계약 정보 (주소, 계약일, 만기일, 보증금)
- 반환 요청 금액과 반환일
- 미반환 시 법적 대응 예고 (임차권등기명령, 소송 등)
- 지급 지체 이자 청구 의사
내용증명은 우체국에서 3부 작성해 1부 보관, 1부 발송, 1부 우체국 보관으로 처리합니다. 법적 증거가 됩니다. 비용은 발송당 약 5천 원.
2단계: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만기 후에도 보증금을 못 받고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이면, 임차권등기명령이 필수입니다.
임차권등기의 효과:
- 이사 후에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유지
- 집이 경매에 넘어가도 배당 우선권 보장
- 새로운 곳에 전입신고해도 권리 유지
신청 비용은 인지대·송달료 합쳐 약 3만 원 내외. 절차는 법원에 서류 제출 후 등기까지 보통 2~4주 소요됩니다.
임차권등기 없이 이사 나가면 대항력·우선변제권이 모두 사라져, 집주인이 집을 팔거나 경매가 진행되면 보증금을 못 받을 수 있습니다.
3단계: 전세금반환보증 청구 (가입자 한정)
HUG 전세반환보증에 가입해 있다면, 만기 후 1개월이 지나도 반환이 안 되면 HUG에 청구 가능합니다. HUG가 보증금을 먼저 지급하고, 이후 집주인에게 구상권 행사합니다.
가입 안 돼 있다면 이 단계는 건너뛰고 다음 단계로 갑니다.
4단계: 지급명령 또는 소송
임차권등기 후에도 반환이 안 되면, 지급명령(간이 소송 절차)을 신청합니다. 서류만으로 진행되고 집주인이 이의제기 안 하면 강제집행 가능한 명령이 나옵니다.
지급명령 신청:
- 인지대·송달료 약 5~15만 원 (보증금 액수에 비례)
- 법무사 없이 본인 신청 가능
- 집주인 이의제기 시 일반 민사소송으로 전환
보증금 받고 나면 승소 비용도 전부 청구 가능합니다.
새로 이사 간 집 전입신고 타이밍
임차권등기가 완료되기 전에 새 집에 전입신고하면, 기존 집에 대한 대항력이 사라집니다. 반드시 임차권등기가 등기부등본에 반영된 후 이사하세요.
급하게 이사를 해야 한다면, 전입신고만 미루고 주민등록은 기존 주소 유지하세요. 실거주는 새 집에 해도 주민등록만 기존에 있으면 대항력은 유지됩니다.
집주인이 연락 두절되는 경우
전화 안 받고 내용증명 반송되면, 주소 확인을 위한 사실조회부터 진행합니다. 법원을 통해 집주인 최신 주소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임차권등기와 소송 절차가 좀 더 복잡해지니, 연락 두절 집주인 대응법을 참고하거나 법률구조공단 상담을 추천합니다.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서류로
가장 중요한 건 모든 소통을 문서로 남기는 것입니다. 전화 통화 녹음, 문자 메시지 캡처, 카카오톡 대화 저장 등이 나중에 소송에서 증거가 됩니다.
“양해해 달라”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말에 그때그때 문자로 “네 알겠습니다” 같은 응답을 하면, 나중에 “합의된 연장”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기한을 못 박아 답변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전세보증금은 몇 억짜리 자산입니다. 집주인의 “좀만 더 기다려 달라”는 말에 몇 달씩 잡혀 있다 보면, 그 사이 집이 경매에 넘어갈 수도 있고 집주인이 파산할 수도 있습니다. 만기일 지나면 바로 문서로 대응하는 게 본인 자산을 지키는 방법입니다.